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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의 좋은 생각, 좋은 글

이런생각, 저런생각

여름나기

작성자
소래안
작성일
05-07-18 14:36
조회
85
장마 기운에 여름의 반을 그냥 저냥 넘겼는데, 이제는 정말 더워지려나 봅니다.
조금 있으면 산으로 들로 더위와 일상의 답답함을 잠시 피하려 떠나는 때가 되는군요.
며칠이라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다는 건 새로움을 줄 수 있어 참 좋은 일입니다.
어질러진 방을 깨끗이 청소한 후의 개운함과 활기참이 일상에서도 필요한 일이죠.

지내기 힘든 건 여름이나 겨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겨울은 따뜻함을 찾아서 가만히 웅크리며 이겨내는 것이라면 여름은 활활 털고 시원한 곳을 찾아서 이겨내는 것이 다른 면일 것입니다.
덥고 추움에 쫓기면 마음조차 혼란스러워 더욱 힘들어지니, 가끔 기회를 찾아 피한避寒 피서避曙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잃었던 여유를 찾을 수 있어 사는 일에 힘을 더할 수 있죠.

어딘가 떠나는 것이 마음의 여유를 위해서라면, 떠나지 못할 때라도 있는 곳에서 한 번 여유를 찾아보는 것이 어쩌면 숨겨놓은 나만의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떡갈나무 숲속에 숨겨놓은 나만이 아는 샘물처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 뿌듯한 즐거움이 될 그런 피서법 말이죠.

서울 남쪽에 가면 구룡산 대모산이 있습니다. 그 산 아래를 흐르는 조그마한 개천이 있는데,이름을 양재천이라 하죠. 그 양재천가를 따라 달리는 2차선 도로가에 크로스비 Crossby라는 거리의 카페가 있습니다. 양재동 거의 다 가서, 작고 예쁘게 만들어진 차양 아래에 몇 개의 탁자가 놓여져 있는 곳, 실내는 은은한 불빛이 한적함을 더하는 그런 곳입니다.

간혹 설늦은 귀가 길이면 그 곳에 들릅니다.
맥주 한 잔, 또는 달콤한 와인 한 잔 이면 가벼운 즐거움이 하루의 바쁨을 잊게 해줍니다.
양재천을 건너 부는 시원한 바람이나, 건너편 하늘에 뜨는 작은 달이 그런 여유로움을 한 몫 거들죠. 열려진 문 너머로 들려오는 Old Pop 에 Jazz도 듣기 좋구요.
언젠가 비오는 날의 정취도 기억에 남는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올 여름도 보름 좀 넘어 더우면 입추立秋가 되고 그러면 가을 문턱이죠.
그 동안 한두번은 거리의 카페 신세를 지지 않을까 합니다.
한여름 숨겨놓은 차가운 샘물처럼 저의 여름나기의 한 방법입니다.